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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초대석] 정재학(주)씨엔원 대표 " 반도체 ALD 장비 한 우물 파니 NO.1 희망 보여"
  • 2021.03.22

회사 이름 CN1에 ‘1등 될 수 있다’는 의미와 열정 담아
“원자층 박막 증착장비 핵심기술 무장, 글로벌 기업 지향”
미국계 반도체장비회사서 근무하다 2008년 ‘운명처럼’ 창업
박사 학위 없지만 ‘1등급 박사’로 불릴 정도로 업계 명성 높아



▲정재학 대표가 회사 로고 앞에서 1등 의지를 다지며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고 있다.  © 화성신문
 

“아빠, 캔 넘버 원 어때요?”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이 중2 때 툭 던진 말이 회사 이름 CN1의 토대가 됐다. CN1은 ‘Can be the No.1’의 줄임말이다. 1등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미 그 씨앗이 보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경기도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저희가 만드는 제품은 반도체 관련 장비군에 속하는 ALD 장비예요. 오토믹 레이어 데포지션(Automic Layer Deposition) 약자예요. 원자층 박막 증착장비라고 부릅니다. 원자 단위의 얇은 막을 형성시켜서 물질을 증착시키는 기술입니다.”

㈜씨엔원 정재학 대표는 회사의 핵심 기술을 귀에 쏙 들어오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ALD의 원천기술은 유럽 핀란드 대학교수가 70년대 초반에 발견한 ALE라는 기술이다. 처음부터 반도체에 쓰였던 기술은 아니다. ALD는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분야였다.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진 회사가 삼성전자였어요. 반도체칩을 만들 때 회로의 선폭이 좁아지면 기존 증착기술로는 한계가 있거든요. 삼성 연구소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ALD 기술을 연구해서 2002년부터 양산에 접목시켰습니다. 1나노가 10의 마이너스 9승입니다. 화로의 선폭이 점점 줄어드는 거예요. 집적도가 높아지는 거죠. 그러니까 같은 사이즈의 반도체칩에 훨씬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는 겁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10의 마이너스 6승인 마이크로였는데 2000년대 접어들면서 나노급으로 바뀐 거예요. 지금 실제로 10나노, 5나노, 3나노, 이렇게 생산되고 있습니다. 말씀드리려는 골자가 현재 반도체 칩을 만드는데 증착하는 얇은 필름을 올리는 핵심기술로 자리 잡은 게 ALD 기술이라는 거예요.”

 


▲ ALD 장비 앞에서 핵심 기술을 설명하는 정재학 대표.   © 화성신문
 

‘CEO, 기업가정신을 말하다’에 출연하기도

정재학 대표는 CN1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가기 전에 “기자님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며 반도체 제조과정과 시장 전반의 흐름에 관해 설명했다. 30분 정도 이어진 설명은 문외한인 필자가 반도체의 큰 흐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명강의’였다.

“반도체칩을 만드는 단계는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뉘어요. 전공정은 웨이퍼라는 원판에 물질을 증착하고 깎아내고 회로를 형성하는 과정을 반복한 후 클리닝해서 실제로 우리가 쓰는 D램이나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반도체칩을 만드는 핵심 공정은 전공정에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에 반해 후공정은 300미리 원판에서 만들어진 반도체칩을 자르고 다리도 만들어 실제로 PC나 스마크폰, 가전제품에 쓸 수 있는 칩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비의 국산화율은 20%가 채 안 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핵심적인 장비는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에 의존한다는 이야기였다.

“소부장, 그러니까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발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5년에서 10년 정도는 봐야 합니다. 우스갯소리이기는 하지만 소부장 관련 업계에서는 ‘땡큐 아베’라는 말이 회자됐어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정부로 하여금 소부장에 관심을 갖도록 만든 계기가 됐거든요.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도 있고, 그런 과정에서 저희 같은 회사들도 정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됐거든요. 지금 이 분야는 분위기가 굉장히 좋아졌어요.”

정 대표는 전자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다. 박사 학위를 받지는 않았지만 ALD와 관련한 학계와 업계에서는 ‘1등급 박사’로 불릴 정도로 명성이 높다. 미국계 합자회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정 대표는 어떻게 사업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처음에 미국계 반도체장비회사 베리안의 합자회사인 베리안코리아 연구소에서 근무했어요. 지금은 1위 업체인 미국 굴지의 반도체장비 제조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에 합병된 회사예요. 제가 입사할 당시에는 베리안이라는 회사가 제일 컸습니다. 거기서 전기전자회로를 설계했어요. 이후 몇 개 기업을 거치면서 장비 분야 일을 계속했어요. ALD라는 기술을 처음 접한 건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예요. 그 당시에 다니던 회사의 팀원들이 회사를 설립해서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다가 2008년도에 스핀 오프해서 CN1을 설립했어요. 앞만 보고 달려 오다보니 벌써 13년이 지났네요.”

정 대표는 회사 설립 당시에는 전공정 장비 중에서도 여러 가지를 다뤘는데 2010년도부터는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줄곧 ALD 장비에 몰입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한 우물 파기’를 잘했다는 게 정 대표의 평가다.

“CN1은 ALD 장비 하나만 취급합니다. ALD 장비에 특화된 회사예요. 반도체장비 분야에는 고급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술들이 서로 비슷비슷하게 보여도 굉장히 다른 기술들이죠. 저희는 ALD 기술만 개발해오면서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축적해왔습니다. 관련 특허도 12건 등록했어요. 지금도 계속 출원하고 있고요. 올해부터는 해외 출원도 시도할 계획입니다.”

억척스럽게 한 분야만 고집하다보니 업계에서도 이름이 자연스레 알려졌다. 몇 해 전에는 한국경제TV ‘CEO, 기업가정신을 말하다’에 출연하기도 했다.

“ALD 기술은 반도체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많이 접목되고 있습니다. 시장성이 그만큼 넓다는 의미예요. 그리고 전세계에서 미국 유럽, 일본도 ALD 기술은 우리보다 앞서 있지 않아요. 저희 장비에 대한 문의가 굉장히 많이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래도 기술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차별화돼 있기 때문이겠지요.”

CN1이 지금까지 납품한 장비는 200대가 넘는다. 국내에 170여 대를 납품했고, 해외에 20여 대를 납품했다. 장비 한 대 가격은 1억 원에서 5억 원 정도다.

“저희 장비는 반도체를 연구 개발하는 학교와 각종 연구소, 기업 부설연구소에 납품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ALD 기술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OLED 디스플레이라든가,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태양광 분야에도 접목됩니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 개발되고 있어요. 그런 연구 개발 분야에 저희 장비가 사용됩니다.”

▲ ㈜씨엔원은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인정받은 기술력 있는 기업이다.  © 화성신문

차별화 두 요소, 고객 맞춤형 제작과 빠른 AS”

CN1 설립 이후 매출 규모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2019년도에 연 매출 100억 원을 넘어섰다. 매출액 중 3분의 1이 수출을 통한 매출이다. 지금까지 장비를 납품한 나라는 미국과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폴, 러시아 등이다. 인도에도 곧 최종 납품이 결정될 예정이다. CN1의 기술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20년도에는 소부장과 관련해서 정부의 과제라든가 정책자금들이 굉장히 많이 풀렸어요. 그 덕분에 학교나 연구소에서의 수주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2019년에 비해 장비 납품을 훨씬 많이 했어요. ALD 기술 관련 분위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정 대표는 CN1의 차별화된 강점을 ‘커스터마이징’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주는 맞춤형 제작 서비스다.

“CN1의 강점은 완벽한 커스터마이징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 회사에도 기본 모델은 있지만 고객이 원하는 사양에 맞춰줍니다. 자동차를 예를 들어볼게요. 현대자동차에서 그랜저를 대량생산하잖아요. 그런데 CN1은 같은 기술로 수제차를 만든다고 보시면 됩니다. 포르쉐 같은 하이클래스 차 같은 거죠. 기본 뼈대는 같지만 고객이 사양을 이렇게 저렇게 요구하면 거기에 맞춰줍니다. 한마디로 연구개발용에 최적화된 장비들을 만들어 드리는 겁니다. 경쟁회사들이 따라 하기 힘든 CN1만의 강점이죠.”

CN1 경쟁사는 주로 해외에 있다. ALD 기술이 태동된 핀란드를 비롯, 미국과 독일, 영국 같은 나라들이다. 경쟁사들이 장비를 납품한 연구소와 학교 시장을 CN1이 하나씩 빼앗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ALD 기술이라는 게 진입장벽이 높은 편입니다. 까다롭거든요. ALD 기술을 통한 연구 개발 시장을 로컬시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시장에서 우리 회사가 해외 경쟁사들이 선점한 시장을 조금씩 빼앗아오고 있어요.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죠.”

정재학 대표는 CN1의 또 하나의 강점을 신속한 애프터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외국 경쟁기업들은 고객 대응 기간이 길어요. 우리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해 굉장히 신속하게 대응을 합니다. 고객 서비스팀이 따로 있어요. CN1 장비를 한 번 써 보면 리피트 오더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고객이 원하는 사양으로 제품을 공급하는데다 AS까지 신속하니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요. 하하. 저희 제품은 자동차와 마찬가지예요. 소모품을 주기적으로 잘 교체만 해주면 15년, 20년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아요.”

CN1 제품은 국내 유수 대학과 국책 연구소 등 한국에서 이름이 알려진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돼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기계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삼성종합기술원, 카이스트 나노종합팹. 서울대 연구소, 포항 나노집적센터, 울산 과학기술원, 경기도 한국나노기술원, 대전 나노종합팹 같은 곳들이다. LG화학과 한화에도 CN1 장비가 납품돼 있다.


▲ 정재학 대표가 집무실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잡고 있다.  © 화성신문

 

“인생은 꿈 좇는 나그네, 잘 판단하고 선택해야”

“CN1은 회사 이름처럼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연구 개발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저희 ALD 기술이 반도체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메디칼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도 연구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분야에서 양산 체계로 갈 때 저희가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 매출액은 세 자릿수지만 5년 안에 네 자릿수, 10년 안에 다섯 자릿수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장비 업계 비즈니스는 점프 업 비즈니스예요. 연구 개발하다가 양산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장비가 수십 대, 수백 대 필요합니다. 그런 시기에 점프하게 되는 거죠. 허황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천억 대 매출은 결코 허황된 숫자가 아닙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는 정 대표는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을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라고 했다.

“첨단 기술기업의 핵심은 자본과 사람입니다. CN1이 기술기업이라고 해도 아직까지는 바라보는 인식들이 중소기업이다 보니까 인재를 채용하기 힘들어요. 또 열심히 훈련시켜 놓으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이직하거든요. 굉장히 불합리한 구조예요. 지난해 전자부품연구원과 협업관계를 맺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의 부족한 인력과 기술 인프라를 협업관계를 통해 보완하기 위해서죠.”

정 대표는 2008년 회사 설립 이후 연봉을 단 한 번도 동결시킨 적이 없다고 했다. 올해는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나눠줄 계획이다.

“사람이 가장 큰 자산입니다. 지금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에게도 확실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겠지만, 신규 인원이 들어올 수 있는 토대도 만들어야 합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고 있습니다. 신입 1년 차도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출장갈 수 있습니다. 장비 셋업도 해야 하고 서비스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영어는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제2 외국어로 중국어와 일본어를 장려합니다. 언어는 무기니까요.”

정 대표 자신도 매일 아침 중국어 선생을 회사로 초빙해 중국말을 배우고 있다. 1년이 넘었다. 정 대표는 “장비는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한다. 기계, 전자, 전기, 소프트웨어, 시스템공정이 하나가 돼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직원들에게 협업과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 대표는 ‘청렴’을 강조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으로부터 ‘청렴CEO감사관’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정 대표에게 행복은 성취감이다.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는 꿈을 좇아가는 나그네들이에요. 끊임없이 펼쳐지는 선택의 길에서 잘 판단해서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간의 숙명이죠. 그 과정에서 베풀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정주영, 이병철 회장님 같은 훌륭하신 분들의 자서전을 많이 읽었어요. 저도 나중에 그런 글을 쓰고 싶어요. 그러려면 열심히 잘 살아야겠죠. 물론, 가정 보다 소중한 건 없답니다. 하하.”

김중근 기자

출저 : 화성신문(http://www.ihsnews.com/38504#)